카미노에서 알게된 커피의 적량
2009년 5월 17일 Hanti 작성
전에도 이야기 했고 지금도 여행기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지만, 나는 작년 8월에 포르투갈의 포르투에서 시작하여 스페인의 산티아고까지 200km 남짓한 카미노 구간을 열흘에 걸쳐 도보순례하고 왔다.
나와 함께 걷는 유럽인 일행들의 커피 소비 행태를 보면 대략 이렇다. 일단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하면서 커피 한잔 (에스프레소 혹은 우유 탄 에스프레소). 걷기 시작하여 카페가 나오면 잠시 쉬면서 한잔 더 (이때는 보통 에스프레소). 목적지에 도착하여 점심 먹고 나서 후식으로 한잔 더. (이때는 에스프레소 혹은 ‘아구아르디엔떼’라는 술을 섞은 에프스레소). 잠깐 씨에스타를 즐기고 저녁식사 하고나서 후식으로 한잔 더. (이때는 웬만하면 아구아르디엔떼 섞은 에스프레소). 이걸 100% 다 따르면 최대 넉잔이지만 통상 하루 석잔 정도는 마신다.

물론 나도 이들과 함께 다니며 이런 생활을 했으며, 이날도 아침에 유스호스텔에서 주는 커피와 빵을 먹고 출발하여 중간에 카페에 들려 커피를 한잔 더 마시다가 문득 이렇게 커피를 마셔도 괜찮은 걸까 싶었다. 지난 며칠간 가끔 속이 좀 느글느글하다고 느꼈는데, 처음에는 그 이유가 걷느라 힘들어서 소화불량이 온건지, 포르투갈 음식이 속에서 안받는건지 잘 몰랐는데, 이 날 그게 커피 때문이 아닐까에 생각이 미친 것이다. 그래서 이날부터 하루 두 잔으로 커피 양을 조절했더니 역시나, 정답이었다. 한국에서야 내가 커피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에스프레소를 하루 석잔 이상이나 마실 일은 잘 없기에 몰랐던 것을 이렇게 유럽에 나오니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커피를 마실때면 (넘길 일도 잘 없지만) 하루 두 잔 이내로 조절하려 한다. (물론 에스프레소 기반일 때 이야기이고 인스턴트 커피 두세잔으로는 끄떡 없으니 얼마나 더 마셔야 지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곳 저곳 관광지에서 사진만 찍고 피상적으로만 바라보는 관광객의 입장이 아니라, 그들과 같은 그룹이 되어 그들의 문화에 어울려 지냈던 카미노에서의 경험은 정말 색다르고 신기했을 뿐 아니라, 나의 한계를 넓혀준 무척 값지고 유익했던 경험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