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돌아보기
2007년 3월 3일 Okmir 작성
지효 낳은지 100일 남짓. 더 늦기 전에 출산 당시의 기억을 남겨놓고 싶다.(내용이 깁니다.)
예정일날 아기는 4.3kg. 자연분만 확률은 높게 잡아서 50%. 결국 촉진제를 맞고 유도분만을 하기로 했다. 주변에서는 어차피 수술하게 될 것인데 왜 고생하냐고 했지만 진통을 겪고 자연분만을 최대한 시도해보고 싶었다.
며칠후 유도분만을 위해 아침일찍 간단히 아침을 먹고 병원에 갔다. 촉진제 주사를 꽂고 진통이 빨리 걸리기 위해 병원내부를 걸어다녔다. 함께 유도분만을 하는 산모들과 마주치면 인사도 하고 서로 격려도 했다. 그 중 한분은 바로 수술을 하려다가 의사가 okmir산모보다 자연분만 확률이 높으니(60%) 자연분만을 한번 시도해보자고 권유해서 합류하게 되었다.
오후가 되니 조금씩 진통이 느껴졌다. 진행상황을 체크하기 위해 간호사들이 시간마다 내진(질에 손가락을 넣는다 ㅠㅠ)을 했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았다. 계속되는 고통에 내몸을 그냥 포기를 하게 됐다. 오늘 하루 적어도 애기를 낳을 때 까지는 내 몸을 그들에게 맡겨야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냈지만 고통에 비해 진행은 잘 되지 않았다. 자궁문이 10cm가 열려야 힘주기를 하며 분만을 할 수 있는데 나는 거의 열리질 않았다. 함께 유도분만을 시도했던 산모 2명은 아기가 위험한 등의 상황이 발생하여 결국 둘다 수술을 했다. 수술후 마취에서 깨어나면서 고통스러워하는 그들을 보면서 자연분만을 하고싶다는 의지가 더욱 생겼다. 간호사가 나도 수술해야할 지 모르겠다면 식사도 주질 않았다. 종일 먹지도 못하고 힘들고… 그러다 결국 밤이 됐고 오늘은 진행이 안됐으니 내일 아침 다시 시도하자며 상황이 종료되었다. 병실에서 자는데 촉진제 투여를 멈췄음에도 미미한 진통이 계속되어 밤새 침대에 걸터앉아 신음해야했다.
다음날 아침 다시 촉진제를 투여했다. 진통으로 인해 고통이 밀려왔다. hanti는 내 손을 꼭잡고 호흡을 하라며 함께했다. 호흡을 하면 진통시에 고통이 경감된다고 한다. 그런데 너무 아프니 호흡하라는 hanti가 밉고 야속했다. 그치만 죽을 힘을 다해 호흡을 따라했다.(이 때 내 옆 침대에서 역시 유도분만을 하던 산모가 있었다. 그 산모는 남편이 늦게 와서 혼자서 진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서 들리는 hanti의 호흡에 맞추어 호흡을 하니 호흡이 잘 되었단다. 덕분에 순산을 했다고 한다. 나중에 산후조리원에서 이 산모를 만나서 들은 얘기다 ㅎㅎ)
결국 4cm까지 열렸다는 얘기와 함께 분만준비를 시작했다. 회음부에 털을 깎고 관장을 했다. 관장이 의외로 난코스였다는 –; 드디어 자연분만의 희망이 조금보이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1시간쯤 후 의사선생님이 오셨고 어제부터 지금까지 진행이 이정도면 힘들다고 수술해야할 것 같다고 말씀을 하셨다. 그순간 마음이 차분해졌고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수술을 하기로 했다. 자연분만을 하면 아기가 태어나면 아빠가 탯줄을 자르고 목욕도 시켜주는데.. hanti가 열심히 교육받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걸 못한다니 아쉽고 미안했다. 부탁을 하니 탯줄은 자를 수 있도록 해준다고 한다. 그나마도 다행이었다.
그리고 얼마후 수술을 시작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내 의지와 달리 온몸이 쿵쿵 떨렸다. 진통중에 수술실에 들어가서 그런것도 같고, 추워서 그런것 같기도 했다. 몇가지 질문을 받았고 그 이후로는 마취 때문에 기억에 없다. hanti가 중간에 수술실로 들어와 아이 탯줄을 자르고 품에 안고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수술이 끝나는 동안 휴대폰으로 아기 사진을 찍어서 가족들에게 전송했단다.
마취에서 깨어나니 hanti가 옆에 있었다. 힘들지 않냐고 괜찮냐고 계속 물어보는데 이상하게 멀쩡했다. 나는 진통제가 잘들었나보다. 제왕절개를 한 다른 언니들은 수술후 고통스러워 했기에 hanti는 괜찮다는 나를 대견스러워했다. 잠시후 간호사 언니가 내 배를 꾹 눌렀다. 피가 쫙 나오는게 느껴졌다. 자연분만을 하면 자연스럽게 나올 피가 못나오니 그렇게 하나보다. (자연분만을 해도 이렇게 배를 눌러주나요? 아시는 분 있음 알려주세요~) 그리고 나서 난 침대채로 병실로 옮겨졌다. 침대 시트 네 귀퉁이를 잡고 통채로 나를 들어서 병실 침대에 내려놓았다. 기분이 묘했다. 정말 환자된 기분…
잠시후 아기를 데려다 주었다. 여기저기 꽂은 주사바늘과 축 늘어진 몸때문에 옆에 있는 아기를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정말 너무 좋았다. 뽕맞은 기분이 이럴까? 그냥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너무너무 좋았다. 행복했다. 내 뱃속에서 저 아기가 나왔다는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 신기하고, 1박 2일간의 모든 고통을 0.000001초만에 날려버릴만큼 좋았다. 아, 이래서 아기를 낳나보다. 이 글을 쓰는 이순간에도 그때 그순간 그날의 감동이 떠올라 가슴이 벅차오른다.
분명 이 아기는 나를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나에게 우리 부부에게 우리의 가족들에게 이렇게 큰 기쁨과 행복을 주다니… 이런 선물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ps. 초음파로 추정한 아기 체중 4.3kg, 며칠후 태어난 아기 체중 4.4kg이다. 놀랍게도 정확하다.




2007년 3월 3일 21:14
방금 총각이라고 쓰려고 하다가 멈짓함….^^
역시 아직은 잘 적응이 안된 것인가?
하여간 아직 경험없는 나에게도 지효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네요.
빨리 정리하고 지효 얼굴보러 가야할텐데….^^
2007년 3월 4일 16:11
언니 다시 한 번 가슴이 뭉클하네요. 언니랑 오빠가 우리 지효를 낳아 줘서 나도 참 많은 걸 배우고 많은 걸 느껴요. 지효를 우리에게 보내 주신 하느님과, 지효를 낳고 키우느라 실질적으로 제일 수고가 많은 언니에게 참 감사해요. ^^
2007년 3월 5일 08:37
미옥아 정말 수고했어. 아기가 새로 태어나면 물론 새로운 세상을 만난 아기도 축하해야 하지만 그 아기를 세상과 만날 수 있게 해준 엄마에게도 각별한 축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정말 축하해~ 지효도 새 세상을 만났지만 너도 지효로 인해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될거야. 이미 보고 있겠지만.. ^^ 참고로 자연분만해도 배는 눌러줬던 것 같아. 그땐 나도 정신없어서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애 낳고 나서 피를 쫙 빼줬던 것 같은데.. ㅎㅎ
2007년 3월 21일 02:24
뒤늦게 봤어요.. 저는 아직도 엄두가 안나서 못쓰고 있는데, 정말 완전 까먹기 전에 분만기 꼭 써야겠네요.. 저랑 조금은 다르지만 그래도 비슷한 부분도 많아 너무너무 공감이 가요.^^ 그 때가 언제냐 싶을 정도로 지효도 쑥쑥 잘 크고 있지요? 화이팅이에요~!!!
2007년 3월 23일 23:44
Metalmin/ 드뎌 낼모레 보는구나. 유부남 된 소감도 듣고 싶고, 울 애기 얼굴도 보여주고 싶네~
heraus/ 나도 얼마전까지 몰랐던 세상을 알게되서 참 신기해. 고모가 된 느낌도 놀랍고 기쁠 것 같아. 아직 난 고모가 안되어봤쟎아 ㅎㅎ 낼보자!
흑마뇨/ 고맙다. 너의 수고했다는 말 왠지 가슴이 뭉클하네. 아마 너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라서 더욱 그러지 않을까… 자연분만해도 배를 누르는구나. 땡쓰^^
재향/ 그러게요. 저도 까먹을것 같아서 뒤늦게 나마 썼네요. 지효는 크게 세상에 나와서 그런지 건강하게 잘 크고 있어요. 저도 재향씨 애기 소식 종종 잘 보고 있어요. 애기 이쁘게 잘 키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