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가지기 까지 고민한 것

2006년 4월 21일 Hanti 작성

우리는 결혼하면 당연히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보편적인 생각에 의문을 품은채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결혼의 진정한 가치(혹은 여성의 진정한 가치)가 아이를 낳고 대를 잇는데 있다는 옛날식 생각을 가진 어르신들에게 핀잔(?)을 들어가며…

왜 아이를 낳아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데 결혼 후에도 이년 반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많은 사람에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해봤지만, 내가 납득할만한 명확한 답변을 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 특히 어르신들은 그냥 ‘결혼했으니 낳아야 한다는 것’ 외에는 제대로 된 이유를 대지도 못하였다. 그 외에 많이 나온 답변들은 ‘낳아보면 안다/좋다’, ‘낳아야 인생을 알게 된다’, ‘나중에 나이들어 둘만 있으면 재미없다/쓸쓸하다’ 등…

글쎄, 결혼했으니 낳는게 당연하다? 내가 싫다는데, 우리 부부가 싫다는데, 누가 뭐라고 할 것인가. 낳아야 인생을 알게 된다는 것 역시 난 그런 인생 알기 싫다는 한 마디면 역시 끝날 이야기다. 나중에 나이 들면 재미없고 쓸쓸해진다는 것이 약간 설득력이 있었으나, 반면 이런 생각도 들었다. “아이 낳아서 키우는데 드는 돈 (최소 수억원), 시간과 노력, 그걸 아껴서 부부 두 사람 자신을 위해 투자하면 어떨까?” - 여유롭게 취미생활 즐기고, 해외로 여행다니고, 좋은 차 굴리고, 좋은 집에 살면서 두 사람이 연애하듯 사는 모습. 솔직히 이쪽이 더 멋지고 좋아 보였다.

낳아 보면 좋다는 말에 조금 흥미가 끌렸으나, 이 것 역시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사는 사람들, 말은 좋다고 하지만 사실은 아이 때문에 힘들고 어렵다는 이야기를 더 많이 하며, 우리에게는 아이 없을 때 열심히 놀러 다니라고, 부럽다고 한다. 모순되지 않는가? 아이 없는 삶이 놀기 좋고 부럽고 재미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힘들게 아이 키우는 삶이 더 좋다는 게?

애 없는 부부와 애 있는 부부의 삶은 엄청나게 다르다.

자기 취미, 자기 생활, 특히 여자들은 자기 일 포기하고 아이에게 맞추어 산다. 자기 이름조차도 버리고 누구엄마 누구아빠로 산다. 개인홈페이지도 아기홈페이지로 바뀌며, 부부간의 대화도 대부분 아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기를 위한 인생은 끝나고 아기를 위한 인생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특히 아기 키우는 전업주부에게 더 두드러지지만 어느 정도는 일하는 엄마나 아빠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를 가지면서부터 남편은 아내를 여자가 아니라 애엄마로 보게 된다고 한다.(나 이거 정말 싫다… 나도 이렇게 될까 두렵다.) 잘때도 부부가 같이 자는게 아니라 부부 사이에 애를 놓고 자거나, 남편 혼자 자고 아내는 애들 데리고 자는 경우도 흔하다. 우리 부부가 좋아하는 여행은 애들이 많이 클때까지는 남의 집 이야기고, 몇 년간은 동네 영화관에 영화보러 나가기도 힘들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살고있는 한국이라는 곳이 아이 낳아 키우기에 그다지 좋은 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OECD 최저수준의 합계출산율 1.19명을 자랑하는 나라 아닌가? 아이를 낳지 않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거다. 링크를 따라가면 나오겠지만, 출산과 육아에 대한 모든 부담이 부모, 특히 엄마에게 집중되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대체 뭐가 좋다는 건가?

그게 너무나 궁금해서 아이를 낳겠다 결심했다.

왜 이렇게 힘든데도 다들 아이를 낳는지, 사람에 따라서는 하나도 둘도 아니고 셋 이상까지 낳는지, 직접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알아보려 한다. 물론 좀 더 고민하고 생각하여 뭐가 좋을지 확신을 가지고 낳는 것도 좋겠지만, 아무래도 자기 몸 속에서 많은 일이 벌어지게 될 Okmir가 나이에 대한 걱정이 크다. 기왕 낳을 것이라면 더 늦기 전에, 더 늙기 전에 낳자고 한다. 언제 아이 낳나만 기다리고 계시는 양쪽 부모님들께도 효도를 해야겠다. 부모님께 효도하자고 우리 싫은 것 무조건 억지로 할 필요는 없겠지만, 부모님들이 우리를 낳아 키워주신 그 사랑, 위로는 다 갚을 수 없어도 우리가 한 생명을 낳아 키우면서 아래로 그 사랑을 갚는 것, 그것도 일종의 효도가 아닐까?

떠나가는 우리의 젊은날이 아쉽긴 하지만^^, 아이가 없어도 젊은날은 언젠가 떠나갈 것. 둘이서만 재미있게 살며 늙어가는 인생도 좋겠지만, 젊음이 떠나간 자리에 아이가 있으면 훨씬 덜 허전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나와 Okmir를 반씩 닮을 아이의 모습도 무척 궁금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성 세대의 아이 키우기에서 우리가 본 안타까운 점들, 우리는 우리의 방식대로 해결해 보고 싶다. 물론 기성 세대들, 또한 많은 또래 사람들까지도 ‘너네도 결국에는 다 똑같이 변할 것’이라고 하지만, 최소한 우리는 다르게 되려는 시도는 해보고 싶다. 해보지도 않고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길기도 하다… 남들 다 당연히 낳는 아이, 어지간히도 고민해가면서 낳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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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가지기 까지 고민한 것”에 대한 답글이 14개 있습니다.

  1. heraus
    2006년 4월 22일 05:19
    1

    멋있어 오빠. 언니가 고생이 심하지만, 고생한 보람이 충분히 있는 예쁜 아기가 나올 거야. 그리고 오빠랑 언니가 고민 많이 한 만큼 좋은 사람으로 자라날 거야. 친조카가 생기게 돼서 나도 기뻐. ^^;

  2. heraus
    2006년 4월 22일 05:40
    2

    팁. 한의학적 해석.

    우주변화는 목->화->토->금->수의 순서로 이루어지는데, 목은 봄, 탄생, 화는 여름, 성장과 꽃핌, 토는 장하(습한 장마철, 간절기), 변화, 금은 가을, 성숙과 결실, 수는 겨울, 저장 숨어있음의 의미를 띈다. 이 중 토는 각 단계의 변화에 모두 개입하지만 특히 화에서 금으로의 변화는 양에서 음으로 가는 큰 변화이고 극(克)관계의 변화이기 때문에 토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 토의 중재를 받아 화에서 금으로 변화해가는 이 현상을 ‘금화교역’이라고 하는데 우주의 목적은 이렇게 ‘금화교역’하여 열매를 거둬들이는 것에 있다. 人事에서 금화교역은 아기 낳는 것으로 본다. 즉 불꽃튀게 연애하고 결혼한 후 아기를 낳음으로써 인생의 결실을 맺는 것이라고.

    공부를 띄엄띄엄해서, 교수님 말씀을 제대로 옮긴건가 잘 모르겠엉. 아무튼 울학교 원전학 교실 대빵이신 윤창열 교수님 왈, 그게 우주의 목적이랭. ㅋㅋ

  3. nowhy
    2006년 4월 22일 13:32
    3

    오랫만에 답글 하나 남기고 사라진다.

    난 결혼한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게 있다. ‘결혼은 왜 그때 하기로 결심했는가?’. –;;;

  4. Hanti
    2006년 4월 22일 23:03
    4

    heraus/ 금화교역 어려워. @.@ 어쨌든 우주의 섭리를 깨뜨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봐.

    nowhy/ 아하, 우리가 아이에 대해 고민하는 사이에 너는 결혼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나보구나. 결혼에 대해서 고민한건 옛날 이 블로그가 생기기도 전인데…ㅎㅎ 생각나는 것들 간단히 정리하자면,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여 둘이 살고 싶었고, 오랜 연애 후 이별과 재결합을 겪으면서 안정된 관계를 만들고 싶기도 했지. 마침 둘다 직장이 있기도 했고… 그래서 넌 결혼 언제 하게? ^^

  5. oheart
    2006년 4월 22일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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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아이 낳기 정말 싫어한 사람중에 하나잖아요. 결혼하고 3년만에 가졌구요. 저는 아기 예뻐하지두 않았어여. 그러나 아기 낳은지 두 달된 지금은 “낳아보면 안다”라구 말하고파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미옥언니 입덧 심하다면서요? 막달이랑 출산 후 한달은 정말 힘들거든여 한티님이 마니 도와주세여^^

  6. Hanti
    2006년 4월 24일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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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직접 해보는 것 만큼 확실한게 없겠죠! 저도 조금씩 느껴지고 있으니까요.

    Okmir는 입덧한다고 몇주째 힘들어하고 있답니다. 저는 나름대로 한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모자란지 자꾸 구박받네요. ㅠㅠ 힘들지만 더 잘 해줘야죠, 직접 입덧 하는 사람보다는 안힘들테니까요.

  7. 롱롱오빠
    2006년 4월 24일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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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연이 말대로라면, 결혼해서 살 필요 없이, 결혼에 들어가는 그 막대한 비용을 가지고 둘이서 멋지게 살아도 될 것 같은데…^^; 자연의 순리 아닐까..순리를 거스르는 데는, 뭔가 좀 더 확실한 이유가 필요할 것 같다. 결혼하고 애 낳는 데에 대한 의문점 같은 거 말고, 정말 확실한 이유. 해야만 하는 이유??? 그래도 몇 만년을 걸쳐 내려온 거니, 그게 더 타당한 건가보지 뭐. ^^;

  8. Hanti
    2006년 4월 24일 21:12
    8

    1. 가끔 생각해보는 것. 우리 나라에 서양 여러 나라들 처럼 동거 문화가 자연스러웠다면… 그래도 2003년에 결혼을 했을까?
    2. 자연의 순리란게 뭘까? 정말 자연의 순리대로만 따른다면 이미 10대 후반에 아이를 낳았어야 맞지 않을까?
    3. 남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또한 불법이 아닌 이상, 개인의 선택도 존중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모든 사람이 똑같이 산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냐. 우린 그런 면에서 이런저런 고민해 본 거지.
    4. 그래서 그대는 언제 결혼하시남? ㅎㅎ

  9. 유철
    2006년 4월 26일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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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하한다~(축하할 일 맞지?) 정말 엄청 고민한 흔적이 글 곳곳에서 느껴지는구나.. 이쁜 애 낳아 잘 키워라. ㅋㅋ

  10. Hanti
    2006년 4월 26일 12:04
    10

    고마워 친구. 축하 많이 해줘. ㅎㅎ

  11. 롱롱오빠
    2006년 4월 27일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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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하. 민감한 부분을 질문했구나. 내가 100번도 넘게 얘기했던 거 같다. 나한테 묻지 말라고. ^^; 곧 가야지. 나는 순리에 따르련다. ㅋㅋㅋ 농담이고….나도 그래서 “동거”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그런 말을 했던 거야. 근데 그 사회적, 문화적 관습이라고 해야 하나, 그냥 “문화” 자체라고 해야 하나…우리는 이미 하루 세 끼 쌀밥을 먹고 김치를 먹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잖아. 그게 저~기 유럽이라면, 하루 세 끼 빵 먹고 고기 써는 것에 익숙해져 있고, 20살 넘으면 동거를 해도 크게 뭐라 소리 듣지 않고 사는 그런 것에 익숙해질 테고..순리라는 것은 자연의 순리일 수도 있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속한 문화의 순리도 어느 정도 따라야겠지 뭐. 자연의 순리라면 애 하나 낳은 다음에 다른 여자한테 달려갈 수도 있고 여러 여자를 거느리고 살 수도 있을 테니깐..ㅡㅡ; 끔찍한가..행복한가…ㅡㅡ; 하여간 거기서 행복을 찾아봐. 난 애들 보면 예쁘기만 하더라. 내가 잘 봐줄게.

  12. yeonam
    2006년 5월 2일 11:06
    12

    정말 제가 하는 고민들.. 여기다 다 옮겨주셨네요. ㅋㅋ
    제 홈에 회원가입하신걸 이제서야 봤어요..(그만큼 이젠 회원가입이 없단 얘기…여기 게시판이 어딘지 몰라서 이렇게 들어와 댓글에다가 달아놓는답니다) 저두 늦게 처리해드렸지만..이그..한티님도 너무 늦게 가입하셨어요. ㅋㅋ 봄맞이 여행 사진도 업댓했으니 놀러오세요.. 저두 온김에 여기서 놀다갈께요..ㅎㅎ

  13. Hanti
    2006년 5월 6일 18:05
    13

    롱롱오빠/ 그래, 그거다. 너 말 듣고 보니 정리가 된다. 세상사람들 흔히 얘기하는 ‘순리’가 자연의 순리는 별로 아닌거 같고, 결국 그 사회 및 문화의 문제인데, 문화란게 절대적으로 옳거나 틀릴 수는 없는거지. 그걸 절대적인 것인양 강요하는 사람들이 싫어. 사회나 문화란게 사람이 잘 살자고 있는건데 잘 사는 걸 방해하는 문화는 바뀔 수도 있는 거잖아. 여하튼, 고마워. 급할땐 너한테 애기 맡기고 다녀야 겠다.ㅎㅎ

    yeonam/ 저도 회원가입 하고서 yeonam님의 비슷한 고민을 읽었네요.(제가 회원 자격이 있나 몰라서 소심하게 있었답니다 ㅎㅎ) 이런 비슷한 고민하는 부부가 한 둘이 아닐진데… 뭔가 건설적인 방향으로 사회가 바뀌어서 우리 후대에서라도 이런걸로는 고민 좀 덜 하고 살 수 있도록 바뀌면 좋겠어요.

  14. 일편단심 2.0
    2007년 2월 22일 23:36
    14

    꿈꾸는 방식은 내가 선택한다…

    갓 태어난 아기는 ‘뭐든지 할 수 있고’ ‘뭐든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가수도 좋고, 대통령도 좋고, 운동선수도 좋고, 마음껏 꿈을 꿀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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